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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야기

새아파트에서 세입자가 입주청소 하는날 벌어진 일

by 사또킴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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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세입자와 월세 계약을 맺었다. 세입자의 입주 날짜가 정해지고 이제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나의 집이지만 나의 집이 아닌 그런 집이 되어 버린 거다.

 

세입자는 입주 며칠 전에 입주청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틀 전에 청소를 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보통 입주날짜를 여유롭게 정하고  입주청소라던지 가구 들이는 거라던지 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 나는 더 일찍 집키를 줘도 상관은 없었기에 그냥 그렇게 하라고 했다.(보통의 다른 집주인들은 이렇게 하지 않고 계약서에 작성한 딱 그 날짜에 키를 준다고 하더라) 여하튼 난 그냥 편의를 봐주었는데 부동산에서는 그러면 입주청소하는 날 전까지 관리비 정산을 해주겠다고 한다.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였는데, 부동산 중개인분이 알아서 처리를 해주셔서 관리비 이틀치 더 안내서 좋았다.

 

세입자가 입주청소하는날 나는 부모님 모시고 강화도 드라이브를 갔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세입자였다. 주말에 전화를 할 정도로 급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세입자말로는 청소를 했는데 큰 하자들을 청소하는 분들이 체크해 줬으니, 와서 확인해 보란 거였다.

 

와이프와 나는 어리둥절했다. 우리는 사전점검을 꽤나, 많이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첫 집도 아니고  웬만한 큰 것은 놓칠 수가 없다.

 

우리는 그 소식을 듣고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잘 놀았다. 한국에서 아파트 입주 시 하자라는 것이 없는 게 이상하니깐~

청소업체가 발견했다는 큰 하자가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나와 와이프가 찾아낸 하자들 외 큰 하자는 분명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자가 무엇인지 호기심에 그리고 오늘 이후에 2년 동안은 임대를 준 집에 못 가보니깐 한번 가보자 해서, 와이프와 나는 강화도에서 놀다가 집 가는 길에 한번 들려 보기로 했다.

 

도착해서 청소업체가 적어놓은 하자들을 보니 중대하자는 없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곳에 중대하자가 발생했다.

이건 분명 청소업체가 하자를 만들어놨으나, 모르쇠로 발뺌하고 도망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입자에게 전화를 해봤다.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청소업제가 발견한 중 대하자들 봤는데 걱정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고 금방 수리될 겁니다. 그것보단 씽크볼에 스크래치가 너무 심하게 나있던데, 이건 원래 없었던 거였는데 청소하면서 생긴 거 같은데 알고 계셨나요?"

 

세입자가 말한다.

 

"네, 원래 없었는데 청소업체에서 하다 잘못한 것 같은데 계속 아니라고 우겨서요"

 

이렇게 대화를 한 번만 오고 갔는데도 무엇인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첫 번째로 청소업체는 다른 하자는 발견하면 체크해 줬는데 씽크볼 하자만 체크하지 않았다. 결국 원래 하자가 없던 거였는데 본인들 실수로 하자를 만들고 은폐하려 한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세입자의 대화톤과 대화 내용을 보면 본인집이 아니어서 그런지 혹은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청소업체를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본인은 화도내고 말도 잘해봤다는데...)

 

세입자는 청소 상태가 맘에 안 들어서 자기도 지금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대금 입금여부 물어보았는데, 이미 송금했단다. 아니 어떻게 청소상태가 맘에 들지도 않고 더구나 하자까지 발생해 놨는데 그냥 돈을 입금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입자들은 이런 경험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며칠 후 잔금 치를 때 만나서 이야기해봤는데 입주청소 맡긴 다음날 세입자는 만삭의 아내와 같이 방문해서 청소를 다시 했다고 한다. 본인들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해서 일을 맡겼는데, 그 당시에 이미 청소상태에 대하여 불만이 있었는데, 입금을 먼저 해버려서 더 이상 청소업체가 연락을 안 받아서, 본인들이 하지도 않아야 할 일들을 다시 했다는 게 참 씁쓸했다.

 

내가 미리 처음부터 이런 팁들을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내가 미리 괜찮은 청소업체를 소개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와이프는 그래도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세입자에게 청소업체에 말을 전달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청소업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단다. 며칠을 안 받는다고 해서, 나도 연락처를 받아서 해보았으나 역시 안 받는다. 

 

청소업체 이름이 믿음청소였다. 이름이 아까웠다. 심지어 세입자 쪽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해 준업체란다.

 

부동산 중개인도 전화를 해봤더니, 하청에 하청을 준거더라. 그래서 콜백을 요청했고 원청에선 당연히 연락 준다고 했으나 끝까지 연락은 안 왔다. 

 

우리 부부의 후회는 우리가 세입자에게 자세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지 않은 것이다.

세입자가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해서 경험치도 좀 있을지 알았다. 그래서 당연히 너무도 기본적인 것들이라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청소 이후 잔금날 우리는 정말 기본적인 것도 다 이야기해 주었다. 세입자는 자기가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다고 했다.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우리 부부는 속이 좀 아팠지만(청소업체가 하자낸 씽크볼 상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씽크볼보다 훨씬 엉망진창이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와이프에게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말자고 했다. 

 

세입자 부인은 만삭이었는데, 나의 와이프의 만삭일 때가 생각났다. 그때당시 우리 부부도 전셋집에서 살면서 많은 제약이 있었기에 그 맘을 더 잘 알 것 같았다. 계약 때 만삭인걸 보고 입주 시에 조그맣게나마 아기 선물을 준비했었는데, 준비해 논 선물을 보면서 그냥 넘어가자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았다.

 

"세입자가 새집에서 태어나는 아이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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